지난 7일 의미 있는 법안 2개(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내년 6월쯤부터 시행될 것으로, 다른 사람의 특허권이나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하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성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법이었습니다.
고의로 특허권 침해하면 3배까지 배상
특허권은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주는 독점권이요 배타권입니다. 특허권자만 그 기술을 쓸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허락을 얻지 않고 쓰면(실시하면) 특허권 침해입니다. 남의 특허권을 허락을 받지 않고 쓰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 형사상 처벌도 받습니다. 타인이 특허권을 침해할 때 법률 절차로 구제받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침해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권리자와 합의하면 쉽게 해결되겠지만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합니다. 합의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피해자가 손해액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일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특허권자가 중소기업이고 침해자가 대기업일 때에는 시간, 돈 여러 면에서 특허권자가 힘듭니다. 1심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면 2~3년이 걸리고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해서 소송에서 이겨 배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제 생긴 손해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 판결액은 너무 낮았습니다. 특허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허침해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중간 값은(1997~2017) 0.6억 원으로 미국의 손해배상액 중간 값 65.7억 원과 대비할 때 매우 적습니다. 이 배상액은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여도 9분의 1 수준이어서, 특허권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재력이 뒷받침하는 쪽은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기에 특허권자를 더 힘들게 합니다.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데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개선 방안으로 제기된 것이 징벌성 배상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특허권이나 영업비밀를 고의로 침해했을 때에는 손해로 입증한 금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보통은 손해난 것을 입증한 금액을 배상받지만, 일부러 특허권을 침해해서 생긴 사건에서는 입증액의 3배까지 배상하게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특허권이 있음을 알면서도 침해하면 손해를 배상할 부담이 큽니다.
이 제도는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제출된 바 있지만 벽을 넘지 못 했습니다. 미국, 대만,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 배상액의 결정 방식이 많이 바뀔 것 같습니다.
기술유출 사건에서는 예비음모죄를 없애야 할 판인데!
‘영업비밀 침해’에도 징벌 배상을 도입한 것과 동시에 벌칙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산업기밀 유출은 기업체에 근무하던 연구원(주로 과학기술자)이 회사에 있던 기술기밀을 빼돌리는 사건들, 이른바 기술유출사건이었습니다. 이들 사건은 처음에 요란스럽게 ‘기술 매국노’로 몰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놓고 대법원까지 가서는 무죄로 끝나는 게 많았습니다. 예비음모죄 탓이 클 것입니다. 기술을 유출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2년 이하로 징역형을 주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기술유출은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예비와 음모하는 때에도 처벌하자는 것이겠지만, 이런 벌칙은 원래 의도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의 전직을 금지하기 위한 압박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너 혼나볼래? 이런 식이죠. 실제로 이렇게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보입니다. 기술유출사건의 특성, 범죄의 중대성, 악용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예비음모죄 자체가 곤란합니다. 과학기술자들의 원성이 많은 예비음모죄를 없애야 할 판인데, 오히려 벌금 3천만 원으로 더 강화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특허 침해에서 징벌 배상제를 도입함으로써 특허 분쟁은 별 거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많이 고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특허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부로 쓰는 일은 많이 줄어들겠습니다. 징벌 배상제도가 우리가 기술이 강한 나라로 가는 다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원문: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