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3-07 10:19
우리말로 학문해야 노벨상이 가깝다
 글쓴이 : 고영회
조회 : 2,199  
우리 학문은 주로 유학파가 이끌어 그 나라 학문 따라가기에 바쁜 현실
이래서는 외국 수준 뛰어넘기 어려워
 
한류는 '우리 것'이 세계 최고 사례
우리말 우리글 학문 풍토 조성해야
외국 언어에 시간 뺏기지 않아

얼마 전 노벨상을 발표했다. 올해에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노벨상은 우리에게서 멀리 있다. 과학분야를 보면, 어떤 이는 다른 나라는 연구개발에 투자한 지 100여 년이지만, 우리는 겨우 30여 년이다, 우리가 투자한 시간을 보더라도 노벨상을 받을 만큼 잠재력이 쌓이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상 타령을 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정도 경제력이 있는 나라치고 노벨상을 받지 못한 나라가 있을까 싶다. 노벨상을 아직도 못 받는 까닭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틀이 잘못돼 있는 것은 아닐까? 여태까지 우리의 학문 모습을 보면 노벨상에 가까이 갈 연구 성과를 내기에는 근본부터 잘못돼 있는 것 같다.

우리 학문은 주로 해외 유학파가 이끌어 간다. 유학파는 국내에서 자기가 유학한 나라의 학문을 선진으로 보고, 자기 스승의 학문 수준을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자기가 배웠던 책과 교수가 연구 목표로 삼는 것을 공부한다. 그래서 원어로 된 책, 원어 논문을 읽고, 외국어로 논문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부는 영어를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다. 원어 논문을 몇 편 썼느냐, 국외 유명 학술지에 논문 몇 편을 실었느냐가 평가 기준이다. 연구자들은 방학이나 휴식년에 열심히 자기가 유학했던 대학으로 가서 정보를 찾으려 한다.

생각해 보자. 연구자는 웬만해서는 유학한 나라의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 잘해 봐야 그 나라의 수준에 다가가는 것이겠다. 우리가 그 수준을 따라가면 그쪽은 한 발짝 더 앞서간다. 그들을 뛰어넘는 연구 성과를 내기 힘들다. 언어 때문에 그들을 뛰어넘기 어렵다. 현지에서 한 수 아래인 유학파가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 사실은 <지배 받는 지배자>(김종영 지음)에서 추적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외국 기준으로 틀이 짜여 있기 때문인데, 한 수 아래인 학자가 이끌어서는 본토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한류를 보자. 한류는 우리 것이다. 우리 것을 발전시키면 자연스럽게 세계 최고가 된다. 우리에게 최고는 세계에서도 최고다. 생각 틀을 우리다운 것으로 바꾸고, 우리 방식으로 최고를 만들면 그것이 세계 최고다.

우리도 더 나은 것을 배우러 유학을 가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같이 국내에 머물러 있자는 얘기가 아니다. 유학을 마친 뒤에는 우리다운 학문 세계를 열어야 한다. 기준을 우리다움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유학을 참 많이 보냈지만 우리 경제, 우리 사회, 우리 과학과 기술 문제를 분석하는 틀을 개발한 게 얼마나 있었을까. 우리 경제·사회·과학기술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 학문으로 풀어 본 경험이 있었던가? 우리 문제를 풀려고 어설픈 외국 이론을 들먹이지 않았던가.

우리의 불행은 우리다움을 버리고 외국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본다. 자기 나라에서 자기 것이 푸대접 받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대학원 진학시험에 국어가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다운 학문을 해야 한다. 학문 갈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학문은 우리말과 우리글로 하자. 유학으로 배워 온 지식이나 이론은 우리말로 바꿔 정리하도록 하자. 그래야 우리다운 학문을 할 수 있다.

일본의 번역문화가 부럽다.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책이 나오기가 바쁘게 일본어판이 나온다고 한다. 연구자는 일본어판으로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그 어려운 책을 원어로 읽고, 심지어 원어로 발표하게 한다. 본질인 지식을 얻기 이전에 언어에서 진이 빠진다. 연구 본질과 상관없는 말과 글을 익히는 데 시간을 뺏기면 연구에 쏟을 힘이 모자란다. 원어를 쓰는 연구자와 경쟁하기 어렵다. 지금도 그들 뒤에 있는데, 그들보다 연구 환경이 나쁘니 어떻게 따라잡고, 나아가 노벨상으로 연결되겠는가? 세계를 이끌어 나갈 연구 성과를 기대하려면 먼저 우리말로 학문하는 환경부터 만들자.

우리말은 우리의 삶의 바탕이고 사고체계다. 우리에게 우리말로 학문하자는 것은 당연하다. 편협한 국수주의라고 거칠게 말하지 말자. 저변이 넓어야 높이 쌓는다. 특이한 상황을 빼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http://m.busan.com/m/News/view.jsp?newsId=201710250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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