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예산으로 재난지원금 메운다고?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변화를 요구합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으로 14조 원가량 뿌렸고, 빈 곳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나 봅니다.
정부는 부처별로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가운데 과기부도 4,000억 원 규모로 삭감을 계획 중이라 하고, 그 가운데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660억 원 예산 감액안을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보도).
이러다 보니 출연연에 돈이 가지 않아 출연연에 지급되지 않은 돈은 약 3천억 원 정도 되나 봅니다(헬로디디 이석봉 기자 보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수많은 행사가 취소되었기에 사용하지 않은 예산이 많았을 것이니, 먼저 그런 예산을 찾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먼저 그렇게 조정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부처별로 할당액을 주어 조정하면 과학계와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분야에도 무차별로 조정되고 과학계에 예산을 지급하지 않으면 과학의 생명이 위협받습니다. 이렇게 과학기술 예산을 마구 줄여도 되겠습니까?
호경기와 불경기 어느 때가 연구개발하기에 더 좋은 환경일까요?
역설적이게도 불경기 때가 연구개발에 투자하기에 좋고 우리 역량을 키우기 유리한 때입니다.
고급 인력이 많고,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도 모셔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개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매우 중요하더라도 당장 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부터 줄입니다. 연구개발부서가 첫째 구조 조정 대상이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다시 떠올립니다. 멀쩡해 보이던 나라가 갑자기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기업은 허둥댔습니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정비합니다. 그때 중요하지만 당장 급해 보이지 않던 연구소부터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과학기술이란 이름이 주는 자긍심으로 살던 과학기술자들이 거리로 내쫓겼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거꾸로 갔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과학기술계는 우리 사회가 관심으로 투자하고 과학기술을 중시한 만큼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의 성과로 볼 수 있는 국제특허출원 건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4~5등을 차지합니다.
그 결과 변리사 관련 국제행사에 가면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합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7위 수준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그동안 우리가 과학기술에 투자한 효과를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장비와 진단 도구에서 확인했습니다.
‘차탄채(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을 개발한 것에서도 우리 국민의 과학적 창의성이 더욱 빛났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사이 우리는 이미 세계에서 앞자리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가 과학에 투자한 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모가 살림이 어렵더라도 적금을 들고, 먹을 것을 줄여서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 것은 희망이란 씨앗을 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힘들다고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 예산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됩니다. 과학기술 예산은 부모가 고향에서 자갈밭 갈아 농사지으면서 보내는 유학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과학계는 국민이 투자한 만큼 알뜰하게 써서 기술 개발 성과로 보답해야 합니다.
지금 어렵더라도 희망의 씨앗은 계속 뿌려야 합니다. 과학기술이란 나무는 오랫동안 투자해야 자랍니다. 그 나무는 쉽게 시들 수 있습니다. 죽은 나무를 다시 키우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당장 급하다는 핑계로 나무를 죽일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이란 나무에 물을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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