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0-01 11:04
기술사 문제 해결은 아직 먼가? (자유칼럼 2018.9.19.)
 글쓴이 : 고영회
조회 : 1,373  
지난 9월 5일 국회에서 과실연, 오세정 의원, 송희경 의원이 공동으로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기술자격체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작년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 최근 자주 보도되는 땅꺼짐(싱크홀) 현상, 이탈리아에서 다리가 어이없이 무너진 사건 등 대형 사고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를 미리 막고, 사고가 생겼을 때 해결할 주역이 기술자입니다. 기술자제도가 잘못돼 있으면 기술문제에서 유발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어렵고, 생긴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기술자제도를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술사(技術士)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최고 자격입니다. 기술자라면 되고 싶고 부러워하는 자격입니다. 공대생은 졸업하여 산업기술분야로 진출하고, 이들이 자기 기술분야에서 7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기술사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기술분야의 장인이 기술사입니다. 경력을 쌓고 어렵게 시험을 거쳐 기술사 자격을 갖습니다. 기술사는 다른 분야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그에 걸맞은 사회 위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술자의 길을 갈 수 있고, 그러도록 권할 수 있습니다. 그 기술사제도에 문제가 널렸습니다.

기술사법은 과기정통부 소관이지만, 기술사는 노동부가 뽑는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사 시험을 고용노동부가 시행합니다. 기술사법이 있기에 기술사법에서 기술사 시험을 규정하는 게 상식입니다. 기술사 선발시험을 기술사법에 규정하고, 그 시험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도록 하자고 하면 노동부는 절대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일을 뺏기면 후배에게 두고두고 욕먹는다고 하면서 과기정통부로 옮기는 것을 반대합니다. 기술사가 정부 부처 힘겨루기의 희생양이 된 지 오래지만 언제 고쳐질지 아득합니다.

기술사 한 명 없이도 건설업이나 엔지니어링업을 할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일반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설계하거나 공사할 때에는 기술사가 참여하도록 규정한 곳이 많습니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보장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건설업이나 엔지니어링업을 하는 회사는 기술사가 없어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 빗대보면 법무법인, 특허법인, 세무법인이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없이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한 셈입니다. 다른 직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기술분야에서는 됩니다. 대규모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에 건축이나 토목기술사가 단 한 명 없어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더구나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기술자에게 ‘기술자역량지수’란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기술사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쉽사리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기술사는 전문 자격이라면서 고유 업무영역이 없다

기술사가 전문자격이라면 기술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업무영역이 있어야 할 텐데, 없습니다.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등 다른 전문분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기술사제도에는 있습니다. 최소한의 업무 영역이라도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입법 과정에서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도심 밀집 개발, 고층화, 기후 변화, 지각 변화 등에 따라 대형 사고가 생길 위험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은 기술력으로 예측하여 대비하고, 사건이 생기면 기술력으로 수습해야 합니다. 또, 경제 발전에 과학과 기술은 기본 바탕입니다. 기술 개발과 활용은 이공계 인력이 담당합니다.

정치인이건 누구건 모두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2003년께 노무현 대통령은 ‘기술사제도를 개선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려 추진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말로만 중요하다고 외친 채 15년이 무심하게 흘러갔습니다. 기술을, 기술자를 등한시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스럽습니다. 기술사제를 한시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상황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해결하러 나설 사람이 있을까요?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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