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3-07 10:10
3D 프린터' 읽기 입씨름, 상표로 더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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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가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라 읽었다 해서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저렇게 읽는 걸 놓고 4차 산업에서 핵심 기술을 아느니 모르니 하면서 대통령 자질로 연결하여 독설을 날렸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죠. 원고에 ‘3D 프린터'라 적혔다면 '삼디 프린터’라 읽고, '3D Printers’라 적혀있었다면 ‘쓰리 디 프린터’라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 이전에, 여기는 우리 나라이고 우리 법이 적용되는 곳이니, 원고에 ‘3디 프린터’라고 적었어야 올바른 표기였습니다.
읽는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보기를 들면, ‘한국 vs. 일본’이라 적혔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읽습니까? ‘한국 대 일본’이라 읽으면 잘못됐고, ‘한국 버사스 일본'이라 읽어야 유식합니까? 또 '한국 & 일본'을‘한국과 일본'이라 읽으면 무식하고 '한국 앤드 일본'이라 말하면 유식합니까?
상표는 자기의 상품을 남의 것과 식별하려고 쓰는 표장입니다. 표장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 형상, 홀로그램, 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합니다. 상표에서는 문자 상표가 중요합니다. 기억하기 좋고, 부르기 좋고, 좋은 인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좋은 상표입니다. 상표는 무엇보다 다른 것과 구별하는 식별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담배에 RAISON이란 이름을 가진 것이 있습니다. 저는 레이슨 달라고 해서 샀습니다. 담배 포장지에 영자만 표시돼 있고 우리말 표시가 없으니 영어식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사람이 ‘레종’ 달라고 하더군요. 어라 레종? 내가 모르는 담배가 있나 했는데, 그 사람에게 레이슨을 주더군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저 담배는 레종인데 나는 레이슨이라 불렀습니다. 내가 엉터리로 불렀습니다. 레이슨 달라고 한 나는 뭘 모르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우리나라 담배에 프랑스말을 썼고, 그기에 우리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표시조차 하지 않은 담배인삼공사! 누가 문제였습니까?
이런 예는 참 많습니다. 빵가게 ‘토우스 레스 조우르스', 자동차 ‘체블로렛’, 중국음식점 ‘北京' 이렇게 읽게 적어 놓고 자기가 바라는 대로‘뚜레주르 시보레 베이징’이라고 불러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면 되겠습니까? 이런 상표들은 혼동을 막으려는 상표의 목적에도 어긋나기에 상표로서 제 구실하기 어렵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기억하기 어렵고, 부르기 어렵고,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지도 않고, 나아가 다른 것과 구별하는 식별력도 있는 것 같지 않는데, 이 나라에서는 저런 상표를 쓰려고 안달입니다. 상표 기능에 맞지 않는데도, 왜 저런 상표를 쓰려고 할까요? 외국 것을 더 높게 좋게 생각하고, 외국어로 된 것이어야 더 상품 가치를 쳐줄 것이라는 심리가 깔려있을까요? 저런 상표로 사업이 잘되건 망하건 간섭하지 말라고? 뭐 어쩔 수 없죠.
우리나라 글은 누가 읽더라도 같은 소리로 읽어야 정상입니다. 만약 달리 읽힐 여지가 있는 이름은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표시해야 합니다. 특히 고유 상표에 해당하는 이름, 예를 들면 ‘7UP, 7 ELEVEN, 3M’ 같은 상표는 '세븐업, 세븐 일레븐, 쓰리엠'을 같이 써주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유 이름이니 그렇게 불러달라고 해야지요. 우리야 저 글을 자연스럽게‘칠업, 칠일레븐, 삼엠’이라 읽습니다. 우리에게 ‘저것도 제대로 못 읽는 사람'이라고 볼멘소리하면 안되지요.
우리나라에서, 같은 글자는 누구나 같은 소리로 읽어야 혼선이 생기지 않습니다. 너는 ‘바람'이라 하더라도 나는 ‘바담'이라 하겠다고? 이런 입씨름, 더 안 일어나야겠습니다.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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