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3-07 10:21
우리에겐 우리말 상표가 제격인데
 글쓴이 : 고영회
조회 : 1,278  
지식재산권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그리고 저작권으로 나뉩니다. 상표권은 우리 생활에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면 상표와 떨어져 살 수 없습니다. 부산에서 꽤 소문난 맛집을 운영하는 불알친구가 아차 하는 바람에 가게 이름을 놓쳐 조마조마합니다. 먼저 사업을 시작하여 생긴 기득권은 인정해 줄지라도 일 보고 뒤를 닦지 않은 듯이 께름칙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상표는 '자기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려고 쓰는 표장(mark)'입니다. 표장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동작 또는 색채 등이니 거의 모든 것을 상표로 쓸 수 있는 셈입니다. 상표는 기억하기 좋고, 좋은 인상을 지녀서 남의 것과 내 것을 잘 구분할 수 있으면 좋은 상표입니다. 상표를 다루는 전문가는 변리사입니다.

상표로 등록받으려면 식별력이 있어야 합니다. 식별력은 혼동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웃집과 비슷한 상표를 달았을 때, 찾아오는 손님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 엉뚱한 집에 들어가면 식별력이 없습니다. 상표권은 먼저 권리를 신청한 사람에게 줍니다. 좋은 이름을 지었으면 되도록 빨리 권리를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 순서에 따라 심사하여 상표권을 줍니다. 등록한 상표권은 10년 동안 살아 있고,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으므로 거의 영구하게 독점 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 상표 모습이 딱하다

요즘 거리에 내건 간판을 보면 딱합니다. 손님을 끌려는 것인지 오지 말란 것인지, 손님이 알고 찾아오든 말든 상관없고, 물건이 팔리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우리 맥주를 보면 이름은 물론이고 홍보 문구에서 우리 맥주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맥주에 우리말을 쓰면 경쟁력이 없는 걸까요? 중국이나 일본 맥주를 보면 각자 자기 나라 분위기를 내는 맥주 이름을 씁니다. 우리 맥주를 보면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담배 이름을 보죠. 담배는 케이티앤지라는 회사가 만듭니다. 이 회사 이름을 봐서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담배에는 거의 외국어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에게 팔면서 담배 갑에는 우리말 이름조차 적지 않아 이름을 엉터리로 불러 짜증스러웠던 기억도 있습니다(RAISON이었습니다!). 우리 담배는 우리나라 사람이 살 것인데 우리는 읽기도 어려운 담배를 달라고 해야 합니다. 외국 관광객은 한국 담배를 사려 해도 이게 한국 담배인지 수입 담배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외국 담배인 것같이 보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자동차 이름은 더 심합니다.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지만, 우리말로 된 자동차 이름은 없나 봅니다. 예전에는 맵시나 야무진, 이런 이름을 달아 우리말에서 자동차에 걸맞은 이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야구단이나 축구단 이름은 라이온스 베어스 타이거스 이글스, 이같이 모두 영어로 이름을 달았습니다. 마치 영어권 동물농장 같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알기 어려운 이름을 달고도 굳건히 견디는 것을 보면, 소비자가 잘못됐는지, 저런 이름을 단 사람이 똑똑한 건지 어리둥절합니다. 외국 기업의 외국어 간판을 볼 때마다 이게 아닌데 하면, 편협한 국수주의자일까요?

외국어 이름이 유리할까?

우리 기업인데도 외국어 이름을 많이 달았습니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를 이름도 많습니다. 외국어 이름을 달면 시장에서 유리할까요? 국제화를 내걸면서 생긴 현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회사로, 세계 상표 가치 상위 100대에 들어가면서 회사 이름을 외국어로 단 회사는 없습니다. 오히려 삼성 현대 기아와 같이 우리 이름을 쓴 회사가 들어있습니다. 본질은 상표나 회사 이름이 우리말인지 영어인지가 아니라, 상품이나 회사가 가진 품질, 기술, 서비스 수준이 회사 가치를 결정합니다. 상표는 이런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당연히 좋은 그릇, 예쁜 그릇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릇보다는 그릇에 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릇보다 알맹이가 좋아야 합니다.

우리 이름을 가진 기업, 우리 이름을 가진 상품이 세계 시장을 누빌수록 우리나라, 우리 국민의 위상이 높아집니다. 지금 우리나라 위상이라면, 우리말로 이름이어야 더 인기를 끌 날이 곧 다가올 것입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우리를 세계에 알릴 기회입니다. 우리 이름으로 세계를 누비는 상품이나 기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자유칼럼 2017.11.3. 원문 보기: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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