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분쟁 강좌 개설한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
변리사·건축기술사 전문성 살려 `재능기부`
집 짓다가 10년 늙는다? 한 번 집을 지어본 사람이 하는 말이다. 그만큼 집 짓기가 어렵고 건축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이슈가 많다는 뜻이다.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61)가 지난해 3월부터 매월 건설분쟁 세미나를 개최하는 이유다. 고 대표의 경력을 보면 왜 그가 ‘건설분쟁’이라는 주제를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온 그는 건축기술사 자격증을 2개나 갖고 있다. 게다가 변리사로서 특허 등 법률에 밝다. 이처럼 국내에서 기술사이자 변리사인 전문가는 손에 꼽는다.
“건설분쟁 해결은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특히 기술 지식이 많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옆집이 공사를 하는데 내 집이 흔들린다면 그냥 싸울 게 아니라 기술 문제부터 파악해야죠. 2012년부터 건설기술교육원, 서울지법 건설재판연구회 등에서 강의해왔는데 일반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 기획했어요.”
그가 다루는 주제는 세세하다. 누수, 균열, 동파 등 일반인에게 밀접한 분쟁 사례부터 설계도면이나 건설기술 같은 저작권, 특허 문제도 다룬다.
“동파가 날이 춥다고 바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동파는 추운 날 5~6일 뒤에 발생하지요. 이런 시간차 등을 고려해야만 분쟁 해결 실마리가 풀려요. 또한 건축물 이력은 중요한 쟁점입니다. 민법상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믿고 20년을 살았다면 그 땅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집이 20년 전에 지어졌느냐 아니냐를 따져야 하는데, 이때 건축 재료나 항공 사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건축 시공이나 기계설비 기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지요. 집을 지을 때나 분쟁이 생겼을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고 대표는 국내 변리사협회 역사에 남을 만한 공적을 세우기도 했다. 2014년부터 2년간 변리사회장을 맡아 평소 철학인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증 자동부여 반대’에 공을 들였고 성과를 냈다.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었죠. 자연과학개론, 지식재산권법 등 난이도 있는 시험을 통과해야 변리사가 되는데 변호사가 자동으로 자격을 받는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했고 6개월간 연수를 받으면 자격을 주는 대안으로 통과됐습니다. 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또한 “변리사 특허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1년 제정된 변리사법에 변리사가 특허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지켜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변리사 소송대리 불허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도 수긍하기 힘들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기술을 중시했던 나라가 융성했는데 우리 사회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특허 등 권리를 잘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5호 (2019.02.13~2019.02.19일자) 기사입니다]